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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말 하는 착한 사람들 (댄애리얼리 지음)

녹색걷기 2012. 7. 21. 13:48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344쪽· 1만6000원·청림출판

《야근시간을 부풀려 기록하거나

회사의 사무용 품을 집에 가져가서 쓰는

직장인, 환자에게 불필 요한 치료를

권하는 의사, 커닝하는 학생….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선량한 사람’ 중 에도 이런 이들은 많다.

‘이 정도 속임수는 괜찮 겠지’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스스로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위 안 에서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그런데 이 같 은 ‘소극적 부정행위자’들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 규모가 극소수의

적극적 범죄자들로 인한 피해보 다

훨씬 크다면?

미국 듀크대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교수로

베스 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지 분석한다.

그는 ‘ 경제 주체는 합리적 존~~재’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 제를 반박하고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신간 에서도 기발한 실험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실증적으로

설명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인간이 부 정행위를 할 때 선악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자신 에게 닥칠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따진 뒤 범 죄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적 동기

를 강조하는 베커의 ‘비용편익분석’에

반박하며, 현실에서 부정행위는

개인의 ‘퍼지 요인(fudge f actor)’으로 인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퍼지 요인에 따라,

즉 스스로의 자아 이미 지를

훼손하지 않는 기준선 안에서 부정행위로

이득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따라서 퍼지 요 인을 줄인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행위가 줄어 들 것이다.

저자는 유혹의 순간에 십계명을 외거 나 공무원이 윤리적 서약을 하는 것처럼

도덕적 규범을 상기하면 퍼지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말 한다.

눈에 보이는 현금보다는 토큰이나 연필처럼

화폐 적 특성이 적거나 자신과 떨어져

있는 대상일수 록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 다는 실험 결과도

흥미롭다. 화이트칼라 범죄가

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적 이익과 공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 그 원인은 금전적 유혹만은 아니다.

태생적으로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이나

선물을 받으면 빚 을 졌다는 생각에

보답하려는 심리가 있다. 또 부 정행위는 전염성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부정 행위를 저지를 경우 자신도 부정행위에 관대해진 다.

다이어트 도중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감자튀김 한 조각을 먹을 경우

그날은 다이어트가 물 건너 간 셈이 된다.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시도 과정에서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깰 경우 ‘어 차피 이렇게 된 거…’라며

더는 자기 행동을 통제 하지 않고 시도 전체를 포기한다.

범죄의 영역에 서 보자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원리다.

따라 서 초기 단계의 범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단 한 차례의 부정행위도

관용적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책을 읽는 내내 뇌물 수수로 끊임없이 말썽을 일 으키는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이 꼭 이 책을 읽었 으면 하는 생각이 맴돈다.

로마제국 전성기의 교 훈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면서.

당시 전쟁에서 이 긴 장군은 로마 거리를 행진하며 전리품을 자랑 하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는데, 이때 노예 한 명 이 하루 종일 장군을 따라다니며

귀에 ‘메멘토 모 리(당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고 속삭 였다.

승리에 도취한 장군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 도록 경계했던 것.

저자는 ‘메멘토 모리’를 ‘당신 도 잘못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로 바꿔 해석하길 제안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건 인 간의 도덕적 약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인문사회에 도덕적 인간도 한번 무너지면 와르르...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