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처세훈.책읽기

남자의 후반생./문학동네 제공

녹색걷기 2024. 2. 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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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일이지 자리가 아니다.”
정진홍 작가는 최근 낸 신간 ‘남자의 후반생’에서 “모든 자리는 잠시 걸터앉아 있는 것일 뿐 결코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준비 없이 맞닥뜨린 삶의 어느 지점부터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중요한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자기 삶을 찾아가려는 결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과 자리를 얼버부려 ‘일자리’라고 뒤섞지 말고, 진짜 업에 집중하자는 말도 덧붙인다.
이 책은 60대에 접어든 저자가 인생 후반전을 고민하는 후배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도 담고 있다. 책은 저자가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그가 40대 시절에 쓴 칼럼들을 근간으로 한다. 저자는 “40대의 시선과 감정이 담긴 글들이 60대에 접어든 나를 흔들고 때로 위로하고 또 때로는 울렸기에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다산특훈 교수로도 활동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인 요즈음 후반생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50대 중년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숫자 그대로 ‘나이 50세’ 부터가 아닌 이전까지와 다르게,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분명한 삶의 의지를 품는 순간부터 후반생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는 “후반생은 스스로 더는 이따위로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는 바로 그 시점부터라고 말한다. 어떤 계기에서든 순절하게 자기 자신의 삶을 진짜 제대로 살아봐야겠다고 스스로 각성하고 결행하는 순간부터 인생 후반전에 돌입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삶의 난관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애를 그만의 시선으로 좇으며, 그 마음을 읽어낸다. 그의 해박한 문화적 식견과 예술적 안목을 밑감으로 삼아 손자병법’ ‘논어’ ‘노인과 바다’ 등 동서양 고전을 재해석하고 반 고흐, 베토벤, 윤봉길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생애를 돌아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고민한다.
저자는 후반생을 맞는 이들에게 따끔한 말도 남긴다. 변화가 두려운 나머지 도전을 포기한 채 해오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산다면 인생 후반전 휘슬을 불 기회가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삶을 “미지근한 물속에서 중탕돼 익사하는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고 비유한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을 못 찾아 고개 떨군 젊은이들과,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중년들에게도 당부한다. 그는 “아직 끝이 아니다. 끝인 듯 보이는 거기가 새 출발점이니 용기를 내라”고 당부한다.
정진홍 지음ㅣ문학동네ㅣ416쪽ㅣ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