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 여기 두 명의 빼어난 투자가가 있다. 한 사람의 연평균 수익률은 70년간 22%였다. 다른 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20년간 66%였다.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었을까.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66%의 수익률을 거둔 인물이 더 많이 벌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앞의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수익률이고, 뒤의 것은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창업자 짐 사이먼스의 그것이다. 짧은 기간 -사실 20년도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고수익을 낸 사이먼스보다 70년간 꾸준히 장기투자한 버핏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왜 그럴까.
# 사례 2 = 여기 2014년 92세의 나이로 사망한 노인이 한 명 있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형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25년 동안 일했으며, 은퇴 이후에는 17년 동안 소매업체 JC 페니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복권에 당첨된 적도 없고 고연봉의 일자리에 머문 적도 없다. 누가 보기에도 전혀 돈이라고는 붙지 않을 저소득 일자리를 가진 노인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세상이 깜짝 놀랐다. 무려 그는 800만 달러(88억4000만원)의 재산을 남겼고, 더 놀라운 것은 그중 600만 달러를 고향의 병원과 도서관에 기부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로널드 리드라는 인물이다. 어떻게 그는 박봉에도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닥치고 기다려라'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자. 버핏이 사이먼스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이유는 바로 ‘시간’ 때문이다. 버핏은 12세부터 투자했지만 사이먼스는 뉴욕대 수학교수를 하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헤지펀드 업계에 입문했다. 버핏은 사이먼스보다 3배나 긴 시간 동안 투자를 했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수익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로널드 리드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분산투자·계속투자’라는 교과서적인 투자를 그는 오랫동안 유지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보유했던 종목은 95개 종목이었는데, 존슨앤존슨, P&G, 제너럴일렉트릭(GE), JP모건체이스, 다우케미컬, CVS헬스 등 대형 우량주들이었다. 리드는 돈이 생길 때마다 우량주를 매입하고, 배당금을 받으면 재투자했으며, 여러 산업군에 나눠 분산투자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보유 종목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음에도 그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 이때 분산투자가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두 사례는 미국의 인기 투자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에 소개된 내용들이다(일부는 필자가 보충했다). 투자에서 '시간'처럼 과소평가받는 것은 없는 듯하다. 시장 전망, 종목 선택은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지만 '오래 투자하라' '장기투자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심드렁하기 일쑤다. 왜 그럴까. 복리 계산표를 보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지만 체감하기는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인 것 같다. 몸으로 느껴지지 않고 멀기만 하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하우절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필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경기 순환이나 주식거래 전략, 섹터 투자 등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러나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책은 '닥치고 기다려라'가 되어야 한다. 달랑 페이지 한 장에 장기 경제성장 그래프가 그려져 있는 책이다.'
버핏의 파트너 찰리 멍거의 얘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로널드 리드처럼 장기로, 계속 투자하라는 얘기다.
시장 변동성은 입장료로 생각하라
문제는 이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 변동성을 대할 때, 항상심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해 돈을 잃으면, 사람들은 후회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벌금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나의 부가 감소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 감소가 벌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래의 벌금을 피하려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한다. 장기투자는 물론이고 계속투자도 멈추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할까. 저자의 제안은 이렇다. 시장 변동성을 벌금이 아닌 수수료 혹은 입장료처럼 생각하라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변동성뿐만 아니라 공포, 의심, 후회 등의 감정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들에 대해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그 요령은 시장 수수료가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냥 참는 것이 아니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입장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은 지금까지 얘기한 장기투자 외에도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가득 내놓는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좋은 투자법이란 무엇인가?' '왜 저축을 해야 하는가?' '장기적인 투자목표나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투자 실패에 대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돈을 버는 것과 지키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인생에서 운(運)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등등.
사실 이런 질문들은 논리가 아니라 태도와 행동에 가까운 것들이다. 예컨대 아무리 훌륭한 투자법을 추천받았더라도, 끝내주는 투자 정보를 듣고 영끌로 빚투 하더라도, 잠을 잘 수 없다면 그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다. 저축을 하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답변도 그렇다.
"저축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특별히 용도를 정해두지 않은 저축은 최악의 순간 당신을 놀라 자빠지게 만들 수 있는 사건에 대한 대비책이다." 돈과 금융은 때론 아는 것보다 행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다(저축을 생각해보라). 단, 그 행동을 할 때는 우리의 행동 원인, 편향, 결함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돈과 금융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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